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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사이어, <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 IVP.Book review 2011. 7. 17. 14:55
"그저 숨을 쉴 시간을 낼 수 있다면 곧 책 읽을 여유를 가진 것이나 진배없다."
일주일에 책 한권 모임을 계획하면서 무엇보다 고민했던 부분은, '어떻게' 읽은 것을 '완독'으로 볼 것이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책 읽기 방법에는 목차 등을 대충 흝어보는 '간독', 빠르게 읽어나가는 '속독',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읽어나가는 '정독', 읽은 내용을 두고 깊이 생각하고 반성하는 '숙독'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 고민 중에 일차적인 결론은, '정독'이었다. 적어도 일주일에 책 한권을 읽었다고 말하려면 읽은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제임스 사이어의 책을 읽어가면서 다시금 '독서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자신 만의 독서 방식을 개발하되, 아는 것을 힘겹게 살아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그는 다독보다 정독(숙독에 가까운)을 추천하면서, 천천히 읽으며 반복해서 한 책을 읽어가다보면,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진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국의 프록스마이어 상원의원은 1분에 2,500개의 단어를 읽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평범한 독자라면 1분에 250개의 단어를 읽어낸다. 속도는 그만하면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본래의 독서 방법에는 무언가 빈틈이 많음을 느끼고 어떻게 읽을지를 좀 더 고민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핸디캡이지만, 정독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문제는 기억력에 있어서 여러모로 단점이 많았던 나였기 때문에 '지식'이 유익한 '앎'이 되지 못했다(적어도 시험문제 답안을 작성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정독하더라도 단순히 지적인 만족이나 오락 수준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 때문에, 나에겐 정독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일주일에 책 한권을 어떻게 '완독'했는지 수준을 설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1)정독 2)숙독 3)숙독 후 소감 작성 4)앎에서 삶으로(실천) 5)기타 이런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 사이어의 <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는 본래의 책 읽기의 방식에 변화를 줌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책 읽기의 근본적인 목적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세계관을 파악하는 일이다. 책도 저자의 세계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그 세계에 들어가서 종합적인 유익을 얻되, 결정적으로는 나의 세계관을 저자의 세계관과 견주어서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제임스 사이어가 말하는 책 읽기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읽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천천히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책에 밑줄친 주요 내용들-
"세계관은 실재(reality)를 나타낸 지도와 같다. 지도들이 다 그렇듯, 세계관이라는 지도 역시 정확한 지점을 딱 들어맞게 짚어주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판단 착오를 불러오기도 한다." 24p.
"세계관 탐색적 독서법으로 글을 읽을 때는 먼저 글이나 말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부터 치밀하게 살펴야 한다. 우리는 거기에 담겨 있는 내용만을 읽고자 해야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혹은 저자가 이래저래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 있어야 한다고 억측하는 바를 읽고자 해서는 안된다." 39p.
"속독을 토대로 해서는 하무런 판단도 하지 말라. 앞으로는 주의 깊게 읽어야겠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말라. 속독이란 그저 나열된 사실들을 주워 담고 신중한 독서를 고사시키는 데에나 쓸모가 있다. 진지한 일(설령 즐기기 위한 일일지라도)은 대충하지 않는 법이다. 이제 당신의 지성(mind)을 십분 발휘해 읽으라." 80p.
"처음 책을 읽을 때 가졌던 백지 같은 마음, 심지어 아이들의 책을 읽는 듯한 천진난만한 마음을 회복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지식(꼼꼼히 읽으며 쌓은 지식)이 마음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다. 분석 도구 따위는 옆에 밀어두고 더 예리한 눈과 더 날카로운 인식으로 무장한 채 되돌아가서 소설을 다시 읽으면 필자가 펼쳐 보이는 세계관(우리가 찾아 헤매던 것일지도 모른다)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17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