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저교회든 고교회든, 초자연주의자를 아우를 이름이 없다는 게 문제인 듯 하다.
'깊이 있는 교회'라고 하면 어떨까? 초라해 보인다면, 백스터의 용어를 빌려
'순전한 그리스도인'(mere christian)이라고 하면 어떨까?

과연 "깊이 있는 교회"란 어떤 교회일까? 난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기존 교회가 지닌 피상성을 비판하고 좀 더 내면적인 영성과 참 제자로서의 삶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말도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깊이 있는 교회란, "전통 교회"와 "이머징 교회"의 장점과 약점을 극복하고 이에 대한 연합적 대안으로서 제시하는 제 3의 교회이다. 그 교회는 전통적 진리를 붙잡으면서도 변해가는 문화에 대한 과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교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짐 벨쳐가 추구하는 깊이 있는 교회의 특징은 '관계적 연합'이다.
그가 추구하는 연합적 교회는, 내가 속한 교회가 정답을 갖고 있다고 단정함으로서 상대적으로 다른 진영을 정죄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긍휼의 자세와 태도로 연합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연합을 최우선으로 삼고자하여 모든 것을 포용하겠다는 입장과는 다르다. 그는 연합을 추구하되, 전통 교회가 붙잡았던 '통일성'(성경, 전통, 신앙고백, 교리 등)을 전제한 연합을 말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연합은 교리적인 면이 있다. 중심이 되는 한 생각과 믿음의 울타리가 없으면, 그 어떤 연합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을 더 깊이 관찰하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이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1. 더그 패짓 vs 존 파이퍼?
짐 벨쳐는 이머징 교회와 전통 교회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대비하기 위해 대표적인 이머징 교회 지도자 더그 패짓(물론 토니 존스도 언급된다)과 전통 교회 지도자 존 파이퍼의 대화를 소개한다. 이들의 차이는 특정 신념에서 뚜렷하게 대조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존 파이퍼가 볼 때, 더그 패짓은 '헌신적 관계'가 진리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존은 성경을 둘째로 여기는 것처럼 보이는 더그 패짓을 위험한 목회자라고 생각했다. 이에 반해 더그 패짓은 존 파이퍼의 속죄론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더그는 그런 입장을 견지하며 존과 연합하려 했으나, 존은 이들이 속죄 없는 연합의 손길을 내민 것을 거부하면서 '그들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짐 벨쳐는 바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오늘날의 전통 교회와 이머징 교회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믿었다. 그리고 양쪽이 하나님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체계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더 이상 연합은 너무나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연합에 대한 노력은 포기해서는 안되며 불변하는 진리와 급변하는 문화적 도전을 극복하는 제 3의 길을 찾아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짐 벨쳐가 추구하는 제 3의 길은 무엇일까?
2. 순전한 기독교 = 상층부(통일성)와 하층부(다양성)의 구분
그가 말한 제 3의 길로서의 깊이 있는 교회는 C. S. 루이스가 말했던(사실은 백스터가 먼저 말했지만) "순전한 기독교"와 같은 것이다. 또한 그것은 토머스 오덴이 말한 "정통의 재탄생"이라는 말로도 표현된다. 그래서 짐 벨쳐가 말하는 연합이란 교리를 떠나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로서, 사도신경, 니케아 신조, 아타나시우스 신조 등을 강조한다. 그토록 다양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속에 이러한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연속성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로버트 그리어의 2단계 시스템을 가지고 와서, 신앙의 상층부에는 초대교회의 신앙고백을, 하층부에는 개별 교회의 다양한 특징이 필요함을 제시한다. 이로서 연합에 대한 논의에 출발점에는 반드시 '고전(정통) 기독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나서 짐 벨쳐는 자신이 섬기는 리디머 장로교회 안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교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성과 특수성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1) 역사적 전례 예배를 드리면서도 다양한 기독교 도서를 읽게 하며 2) 아는 것을 삶으로 실천하며 3) 항상 자신의 태도를 조심하면서 다른 이의 약점을 공격하지 않으며 4) 오만을 경계하면서 다른 전통이 공유하는 교리나 신학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배격하며 5) 교회의 문턱을 낮춤으로서 교회의 신학에 동의하지 않는 자들이라 할지라도 차이점(특히 종말론, 세례(침례), 언약 신학 등)을 존중한다. 6) 성장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양 진영이 서로 이해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정통 신앙 부분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며, 하층부에서는 서로 다르더라도 연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길 바란다고 언급한다.
3. 일곱 가지 분야에서 깊이 있는 교회를 이루라.
"깊은 진리", "깊은 전도", "깊은 복음", "깊은 예배", "깊은 설교", "깊은 교회론", "깊은 문화"
짐 벨쳐는 이제 깊이 있는 교회를 이루기 위해서 변화되어야 할 7가지 영역을 제시한다. 각각의 간략한 의미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조금 길어도 찬찬히 읽어보시길 바란다).
1) 깊은 진리: 탈정초주의적 중심집합형 교회
"전통 교회의 실재론은 옳으나 전통 교회의 정초주의는 옳지 않으며, 이머징 교회의 탈정초주의적 비평은 정확하나 이머징 교회의 형이상학은 정확하지 않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교수는 '둘을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117p).
짐 벨쳐는 깊은 진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1) 깊이 있는 교회는 탈정초주의에 기초해야 한다. (2) 깊이 있는 교회는 정초(기초)를 믿는다;. 그러나 정초는 이성이 아니라 신앙 위에 세워진다. (3) 우리는 뉴비긴이 말하는 '적절한 자신감'을 소유한다. 그리고 나서 깊이 있는 교회는 '탈정초주의적 중심 집합형 교회'라고 말한다. 이러한 교회는 확신을 오직 그리스도에게 두며, 복음에 관해서는 지독한 확신을 가지기로 작정한 교회이다. 이와 동시에 샘이신 그리스도에게로 나아오는 구도자들을 세밀하게 배려하는 섬김을 추구한다.
2) 깊은 전도: 속하기가 먼저인가? 믿기가 먼저인가? (공동체)
짐 벨쳐는 그가 섬기는 교회의 부목사였던 스티븐 목사의 말에 감탄하면서(대단하다. 부목사의 말을 진심으로 겸손히 인정해 줄 수 있다니!), 공동체의 복음 전도에 있어서 속하기(믿지 않고)와 믿기(속하기 전에)의 우선 순위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수의 샘이신 예수님 주변에는 실제로 두 집단이 있습니다. 바깥 집단은 구도자인데, 예수님과 그 분의 메시지를 배우는 더 큰 공동체의 일원으로, 주변을 맴도는 사람입니다. 복음서 서술 첫째 단락에 이런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예수님은 헌신과 신앙을 요구하십니다. 제자들이 반응합니다. 제자들은 샘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안쪽 집단을 형성합니다."(143p).
짐 벨쳐는 부목사 스티븐의 말(성경의 부자관원의 예를 듦)을 듣고 나서, 속하기(소속감)는 아주 중요하며, 대체적으로 믿기 보다 아주 약간(?) 앞서는 것으로 말한다. 그것은 예수님이 많은 사람을 믿음이 없어도 자신의 공동체로 부르신 것과 같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예수님이 많은 사람에게 복음의 진리를 분명하게 선포하신 것처럼, 회개와 믿음이 따라왔다. 이러한 그의 설명은 오늘날 교회 공동체가 어떻게 사람을 제자로 세워가야 하는지 그 순서와 방법을 설명해준다. 그것은 공동체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속하도록 열어두되 동시에 지속적으로 복음의 온전성을 가르쳐서 믿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3) 깊은 복음: "복음-공동체-선교-샬롬"
"전진하려면, 서로 상대가 복음을 축소한다고 비난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통 교회는 이머징 교회가 복음을 사회 행위로 축소했다고 주장하고, 이머징 교회는 전통 교회가 메시지를 개인 구원으로 축소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특히 구원 신학에서, 구원받은 자들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이행하는 책임과 소명을 수반하는 구원의 유익을 누리는 데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160p).
짐 벨쳐는 깊은 복음을 이해하는 데에 리차드 마우에게 핵심적인 가치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리차드 마우는. 칭의나 십자가에서 이루어진 형벌 속죄가 '동류 가운데 첫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말은 개인의 죄를 사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셨다는 형벌 속죄가 사회 구원보다 선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반해 이머징 교회 선두 주자인 맥클라렌은 순종하는 삶과 그리스도께서 능력들에게 거두신 승리와 하나님 나라를 강조한다고 말하면서, 개인의 형벌을 속죄하셨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죄를 사하는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하나님나라의 메시지는 율법처럼 들린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하나님나라의 비전은 우선적으로 개인의 죄가 그리스도의 보혈로 사해졌다는 깊은 확신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4) 깊은 예배: 역사와 현실을 모두 성경 신학의 틀 안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새로운 연합 예배
"나는 댄 목사에게 이머징 교회와 전통 교회 모두 똑같은 아킬레스건이 있다고 했다. 전통을 보는 잘못된 시각이다. 양쪽 모두 저교회의 시각으로 교회 전통을 보는 데 집중한다. 그 때문에 계몽주의의 영향을 심하게 받은 낡은 예배 형식에 매여있다. 양쪽 모두 종교개혁 시대를 상황화하고 포스트모던 시대 사람들과는 관련이 없는 예배 형식에 매여 있다"(189p).
짐 벨쳐는 양쪽 진영의 교회가 모두다 전통을 인식하는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역사든 현재든 모두다 성경 신학적 관점을 통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교회의 사례를 제시하며 예배의 몇 가지 핵심 사항을 주장한다. 그것은 1) 예스럽고도 새로운 예배이고 2) 성경 드라마가 있는 예배이며 3) 기쁨과 엄숙함이 균형을 이루는 예배이고 4) 모든 신자가 제사장인 예배이며 5) 심오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설교(새신자에겐 이해하기 쉽게, 기신자에겐 영적 교훈을 제공) 6) 매주 성찬식을 행하는 예배이며 7) 손님에게 친절한 예배(영화로운 전도)이다.
5) 깊은 설교: 중심 집합형 설교('아하' 순간을, 예수님을 통해 삶을 변하게 하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포함한다.)
"우리는 춤을 출 바닥이, 견고한 기초가 필요하다. 킴벌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나는 바닥으로 계속 되돌아오는데, 그 바닥이란 니케아 신조 같은 역사적인 정통 기독교의 핵심 교리이다. 춤을 추려면 흔들리지 않는 바닥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없다면,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넘어지기만 할 것이다."(218p).
여기에서도 짐 벨쳐는 설교의 중심성에 공동체의 권위보다 성경과 전통의 권위를 우선한다. 그는 "위대한 전통은 교회가 믿음을 이해하고, 그 믿음을 충실하게 살아내며,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자 2천 년간 사용해온 다림줄, 곧 '신앙 규범'"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해는 칭의와 성황의 순서에도 적용된다. 신자는 매일 "칭의를 성화 앞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구원하려면 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그에게는 "변화를 일으키는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이 가장 우선된다.
6) 깊은 교회론: 성경 + 전통 + 선교
"전통과 역사는 성경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점검해준다. 나는 이것을 확신한다. 교회의 산 역사와 그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성실하심을 소홀히 여기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실수에서 배우고, 과거의 지혜로 자신을 점검하며, 이 시대에 교회로 존재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성경과 선교와 전통에 비추어 밝혀내야 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리디머 장로교회가 추구한 목표이다."(246p).
짐 벨쳐는 여기에서도 깊은 교회는 선교적 동기를 위한 근거로서 성경과 전통의 중요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깊은 교회에 필요한 다섯 가지 실제적인 방식(균형, 리더로의 부르심, 은혜의 수단인 예배, 전통을 세워나감, 현실에서 전통에 깊이 뿌리 내림)을 말한다.
7) 깊은 문화: 유기체 교회로서 세상과 뚜렷이 구별되는 동시에 참여하라!
짐 벨쳐는 기독교 공동체가 문화 문제로 나뉜다고 말한다. 이머징 교회는 전통 교회가 분파적이고, 예술 분야에서 창의성을 무시하고 있으며, 기독교 세계로부터 근원한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음을 비판한다. 반대로 전통교회는 이머징 교회가 혼합주의에 굴복했기 때문에 소금의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설명 다음에 짐 벨쳐는 두 진영의 장단점을 지적한다. 그는 이머징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바라보는 탁월한 시각을 가짐으로서 유익한 인사이트를 제공했지만, 창조 세계를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반면 전통교회는 문화를 정죄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머징 교회로 하여금 더욱 더 폐쇄적이고 더 분파적이 될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짐 벨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아브라함 카이퍼를 말하면서, "교회란 하나의 제도이자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제도를 갖춘 교회가 말씀을 선포하며, 성례와 권징을 시행하며, 구성원을 제자로 양육하며, 공동체를 세우며, 장로와 집사를 세우며, 노회와 대회를 조직하며, 자비로 세상에 다가가며, 그리스도를 찬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곧 기독교 공동체가 새로운 마음과 생각과 시각을 가지고 주변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서 소금과 빛으로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유용한 도구로서, 일반 은총의 언어를 말한다. 이 언어는 교회 밖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샬롬 도성을 세우는 언어이다. 쉽게 말해서 불신자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이다.
짐 벨쳐는 이상의 7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나서 깊이 있는 교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7가지 원리를 정리한다. 1) 공동체 모임을 시작하거나 기존 모임에 들어가라. 2) 용서의 복음과 하나님나라를 모임의 중심으로 삼으라. 3) 선교하라. 4) 샬롬 메이커가 되라. 5) 깊이 있는 예배자가 되라. 6) 중심 집합형 사고의 본을 보이라. 7) 리더에게 요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깊이 있는 교회가 되라.

나에게 있어서 짐 벨쳐의 <깊이 있는 진리>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한국적 상황에서는 확실하진 않지만) 이머징 처치의 장단점과 함께 기성 전통 교회가 지니고 있는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비교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준 책이었다. 특히 30대 초중반의 목회자(X세대라고 불리우는)인 나에게 있어서 이머징 교회가 주었던 창의적인 예배 스타일은 기성 교회의 배타적이고 고리타분한 예배 스타일에 비해 아주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세련된 문화적 코드로 치장한 이머징 교회의 창조성은 기존 교회가 붙들었던 성경 텍스트와 전통에 대해 가벼운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위험하게 보였다. 나는 이러한 양 진영 사이에서(물론 나는 전통교회에 속해 있다) 그 어디에서도 만족할 만한 설명을 찾을 수 없었는데, 미국 현지에서 2009년도에 나온 짐 벨쳐의 이 책은, 전통교회로부터는 성경과 전통을 강하게 붙잡으면서도, 이머징 교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화적 대응력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져옴으로서 진리와 현실 사이에서의 긴장을 건강하게 붙잡는 교회의 이상적인 형태를 구현해 주고 있다고 보여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짐 벨쳐의 꼼꼼하고 진지한 노력과 성찰에 대해서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서두에 말한 것처럼, 짐 벨쳐의 균형이 널리 보편적으로도 균형으로 여겨질지는 의문이다. 이점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 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짐 벨쳐보다 더욱 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소위 '꼴통 보수'이지만, 그의 글 속에서 편향되어 있는 보수적 입장에서의 '균형'의 향기가 나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그가 계속해서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는 아마도 이머징 교회의 주요한 도전이 전통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당시 이머징 교회가 추구했던 상황화된 신학적 사고는 일치된 입장이 없고 너무나 다양했을 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전통적인 입장에 반기를 드는 액션을 취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계속해서(어쩌면 지겨울 정도로!) 전통을 전면 혹은 중심에 내세우면서 나름의 깊이 있는 교회의 공식을 만들었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 벨처가 말하는 깊이 있는 교회의 균형은 모두다 전통 교회의 '전통'으로부터 시작된다(이 말은 전통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아니며, 짐 벨쳐가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감히). 그는 깊은 복음의 차원에서도 리차드 마우의 입장에 따라 개인의 속죄가 하나님나라를 향한 헌신을 만든다고 말한다. 객관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공식은 (근본주의적 입장이 아닌) 보수적인 입장의 논리 전개와 비슷하다. 깊은 예배도 성경적 신학과 텍스트의 검증을 통해 역사와 현실이 조화롭게 추구된다. 이것 또한 성경을 중심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보수적인 신앙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물론 이 외에 깊은 전도와 관련해서는 믿기 보다 속하기를 우선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덜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근거가 성경 텍스트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역시나 자유로울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짐 벨쳐가 전통 교회와 이머징 교회의 장단점을 극복한 제 3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기 보다는, "이머징 교회의 유익을 입은 전통적 교회의 반성적 대안"이라고 보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이 책을 진지하게 읽은 다양한 교단의 사람들에게 짐 벨쳐가 말하는 '균형'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어쨌든 이 책은 너무나 유익한 책임에는 분명하다. 이 책은 전통 교회와 이머징 교회의 장단점 뿐만 아니라 미래 교회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미래적 전망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앞으로의 교회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과 이머징 교회와 전통 교회의 특징을 파악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자신있게 일독(정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