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그들은 자신의 메시지가 진리라는 확신을 품고 있었다."
한 때 한국교회는 초대교회 복음의 영성, 즉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복음의 순수성을 강조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초대교회의 영성은 변질된 기독교의 현실을 꼬집고 날마다 개혁된 삶을 살도록 격려하고 권면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초대 교회로 돌아가야만 할까?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모든 것이 모범적이었는가? 과연 초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핵심 가치는 무엇일까?
1. "전도자는 신학을 모르고 신학자는 전도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복음을 당시의 문화와 타협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음을 본래의 유대인의 옷에서 벗겨 내고 그 내용은 타협하지 않으면서 거기에다 이방인의 옷을 입혔다.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창의력과 충성스러움과 문화적 적응력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현대 교회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복음을 전하는 자로 신학 지식을 쌓게 하고, 신학적으로 유능한 자로 상아탑에서 나와 복음을 전하게 하는 일이다. 바로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우리에게 이런 방향을 제시해 준다."(28p)
마이클 그린은 목회자와 신학자의 약점을 지적하면서, 신학과 전도가 조화롭게 헌신되고 있지 않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가졌던 충성스러움(전도)과 창의력과 문화적 적응력(신학)을 예로 들면서 신학과 전도가 조화롭게 헌신될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이것을 오늘의 한국적 상황에 대입해 본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속적인 선포와 함께 차별성이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라고 볼 수 있다.
2. "생활과 입술"
"한 때 복음의 진리에 눈이 멀었던 자들의 눈을 열어 주고, 사람들로 창조주와 구속주되신 하나님이 만드신 빛 속으로 들어오게 해주는 복음의 능력을 묵상하면서 바울은 두 가지 조건을 강조한다. 먼저 예수를 메시아요 주님으로 선포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이 메시지는 그것을 전하는 사람들의 희생적인 삶, 곧 모든 면에서 투명한 생활을 하면서 고린도 교인을 전적으로 섬기는 삶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310p)
마이클 그린은 초기 그리스도인 복음 전도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은, 지속적으로 거리와 가정에서 복음을 선포하면서 세상과 다른 차별성이 있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고로 생활과 입술이 늘 동반된 삶으로서 기독교성을 나타낸 것이다. 나는 이러한 마이클 그린의 발견을 통해 아주 큰 위로를 얻게 되었다.
한국적 상황 내에서 한국 교회는 불신자들로부터 굉장한 원성과 지탄을 받고 있다. 실제로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돈과 성적 타락은 이러한 비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신자들 내에서는 일종의 윤리적 율법주의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것은 "네가 크리스찬이면 크리스찬답게 살아라"는 비판의 목소리인데, 이것은 선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죄책감이 확성기를 대고 우리 마음 속에 쩌렁쩌렁 울려대는 바람에, 건강하지 못한 우울과 자기 비하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고로 "내가 완벽하지 않으면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과 이웃을 위한 선한 삶인 동시에 담대한 선포이다. 그것은 나의 무자격을 인정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전능하심을 믿는 신앙의 행위이다. 내가 아무런 자격 없이 구원을 선물로 받은 것처럼, 나의 나된 것이 모두다 하나님의 은혜인 것처럼, 전능자에게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담대하게 선포하면서, 구별된 삶을 살도록 몸부림을 쳐야만 하는 것이다.
3. "진리에 대한 확신", "복음전도의 책임감"
"우리는 때때로 상대주의가 다원주의가 우리 시대 특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조를 수용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라고 느낀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의 세계보다 더 상대주의적이고 훨씬 더 다원주의적 세계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에서는 어떤 타협도 하지 않았다. 정작 필요했던 것은 또 다른 종교가 아니라 새로운 삶이었고, 이는 예수로부터 오는 것이었다."(32p).
"우리의 구원이 비록 장래에 완성될 것이며 지금 여기서도 그 구원의 확신을 맛볼 수 있다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우리가 여전히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서서 우리의 인생을 그 스승을 섬기는 데 어떻게 사용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351p)
기독교는 관용의 종교인가? 아니면 선택의 종교인가? 오늘날 호전적이고 배타적인 기독교의 태도를 볼 때 마다 한숨이 절로(교회로 안나오고) 나온다. 언론에서 비춰지는 기독교인들의 행태는 반사회적이고 몰상식해 보인다. 자기가 믿는 종교만이 옳다고 고집스럽게 믿는 그들의 태도는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에게는 반감을, 타종교인들에게는 가엽게만 보여질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마이클 그린은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별반 다를 것이 없거나 오히려 당시의 상황이 더욱 더 다원주의적이고 상대주의적인 시대였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대답은 예수로부터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강하게 품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은 자라도 심판대 앞에서 삶의 스토리를 낱낱이 고백해야 할 책무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복음을 증거하라고 권면한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은 더욱 더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선교하라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오늘날의 크리스찬들이 절대 진리의 당위성에만 매몰되어 반사회적이고 세속적으로 살라는 말은 아니다. 이미 그가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는 "생활과 입술"이 함께 필요하다. 이 말은 우리가 진리에 대하여서는 강한 확신과 함께 복음을 전해야 하는 책임감으로 무장하되, 오늘날의 일시적인 사조와 유행에 쉽게 적응하여 편승하지 말고 진리의 편에 설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두운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구별된 삶을 살면서 뭇사람들에게 빛을 비추어 살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기독교가 가져야 할 복음전도의 자세란 뭘까? 그것은 "생활과 입술"로서 살아가면서 진리에 대한 확신과 복음 전도의 책임감을 다시금 불일 듯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