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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책 한권(05) - 진리와 연합에 대한 헌신(『아직도 끝나지 않은 길』, 레슬리 뉴비긴, 복있는 사람)Book review 2012. 3. 1. 23:43
김수홍
나의 이야기: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레슬리 뉴비긴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5년, 교환학생으로 캐나다 벤쿠버에 있을 때이다. 이 때 다녔던 삼성교회 김지영 전도사님이, 자신이 신학대학을 다니면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중 하나를 송별 선물로 주셨는데, 그 책이 레슬리 뉴비긴이 쓴 “다원주의사회에서의 복음”이었다. 회색 표지의 두껍고, 글씨가 작은 책이었기 때문인지, 받자마자 읽기 시작하진 못했다. 다 읽은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대략 2008년경이 아닐까 싶다.
차례를 보니, 내가 궁금해 하던 주제가 많았다. 먼저 관심 가는 것들에 동그라미를 쳐 놓았는데, 3장 “아는 것과 믿는 것”, 6장 “역사 안에 나타난 계시”, 7장 “선택의 논리”, 8장 “보편적 역사로서의 성경”, 9장 “역사의 실마리이신 그리스도”, 10장 “선교의 논리”, 13장 “다른 이름을 주신 일이 없나니”, 14장 “복음과 종교”, 20장 “복음에 대한 확신” 등, 20장 중 9장에 동그라미가 쳐 있다. 아마도 20장을 가장 먼저 봤었던 것 같다. 모든 장이 다 재미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개의 장은 아주 푹 빠져 읽었다. ‘맞어, 맞어’, ‘와!’ 하면서, 그 때 알게 된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줄을 치고 낙서를 해 놓은 흔적이 있다. 이 책을 읽은 후부터, 레슬리 뉴비긴은 내가 신뢰하는 믿음의 선배 중 한 명이 되었고, 이 책을 자주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 무게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의 30여년 선교 경험이 그를 더욱 신뢰하게 한 것 같다. 말로만 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으로 옮긴 사람. 신학적으로, 또한 일상적으로 중요한 주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는 것은 아주 유익했다. 이제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의 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기회를 갖는다.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는 일이다. 게다가 그것이 내가 그렇게 재미있게 읽은 책의 저자라니!
그의 이야기: 진리에 대한 헌신 그리고 연합
그는 1909년, 영국 뉴캐슬에서 독서가, 정치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선박 사업가, 신실한 기독교인인 아버지와 온유하고 헌신적인 사랑이 넘치는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지만, 등산클럽에 가입하여 방학 대부분을 등산을 하러 다니는 등, 대학에서는 지리 공부 이외의 것을 많이 생각했다. 1학년 시절을 재미있게 보낸 그는 본인이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학생 그룹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참 좋았다. 그들은 자기네 신앙에 헌신되어 그에 관해 이야기 할 준비가 되어 있었을 뿐더러, 어려운 질문에도 늘 열려 있었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었다”. 이들은 SCM(Student Christian Movement:기독학생운동)의 학생들이었고, 그 후 단체 내에서의 많은 교제와 활동을 통해 그는 “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십자가를 좇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날 때 즈음, 그는 스스로 ‘헌신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스도인이 공업과 상업 분야에서도 소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계획했던 그는 SCM 수련회에서 ‘도무지 묘사할 수 없는’ 음성에 이끌려 목회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가 존경하던 존 모트가 편지를 통해 기독교 사역은 “가장 많은 열매를 맺는 사역”이라고 언급한 것에 용기를 얻어, 목회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그의 나이 20세 때의 일이다.
에밀 브루너와 칼 바르트 그리고 레슬리 뉴비긴(25인의 신학자들)
대학 졸업 후 약 2년 간 SCM 간사로 일하는 중, 부모가 선교사이셨고, 인도 선교에 관심을 갖고 있던 헬렌 헨더슨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인도 선교에 헌신하기로 결정한다. 24세~26세(3년 간)에는 신학을 공부하고 27세에 헬렌 헨더슨과 결혼한 후 선교사로 인도에 파송을 받는다. 27세~50세(24년 간)에는 인도에서 선교사 및 주교로 사역을 한다. 50세~56세(7년 간)에는 국제선교협의회(IMC)의 총무 및 세계교회협의회(WCC)의 부총무로 세계를 돌며 일을 하고, 56세~65세(10년 간)에는 다시 인도에서 주교로 사역을 한다. 65세~79세(15년 간)에는 이미 세속사회가 되어버린 그의 고향 영국에서, “돌아온 선교사”로 활동한다.
레슬리 뉴비긴은, 모든 훌륭한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진리에 헌신한 사람이다. 오히려 진리를 위해 분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 그가 생각한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리고 이 진리가 이 세상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야 하는지 늘 고민하고, 토론하고, 글쓰고, 실천하고, 또 고민하고....실천하고를 반복했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복음이다. 그리고 그 복음이 사람들에게 역사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회에 관심이 많았다. 교회가 복음을 그 회중의 삶을 통해 보여줌으로서 세상은 교회로 오게 되고, 또 복음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인도 사역에서 그는 특히 개 교회가 자체의 리더십 아래서 복음에 깊이 뿌리 박은 자유롭고 책임성을 가진 회중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성경공부를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성경공부를 인도할 수 있는 리더를 양육하는 신학교의 설립을 가장 중요하고 또한 시급한 사업으로 보았다.
두 번째로는 “연합”이다. 그는 교회들이 연합하는 것이 예수님이 원하셨고, 기도하셨고, 그러기에 결국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 연합의 중심에는 물론 그리스도의 중심성과 종결성의 수용이 있다. 그리스도를 주로 섬기는 사람들끼리는 연합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는 스코트랜드 국교회 사제였지만, 인도에서는 다양한 교단을 연합하여 남인도 연합교회를 형성한다. 그 후에도 IMC의 총무 및 WCC의 부총무로 섬기며 다양한 교단의 연합을 위해 일한다.
위 두 가지 일을 하면서 드러나는 눈에 띄는 점들이 몇 가지 있다.
그는 끈기있는 사람이다. 신학교를 세우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그 계획을 착수한지 30년이 지나서야 학교가 들어섰다. 남인도 교회와 루터교회의 통합을 위한 교리 면에서의 합의를 위해 20년 동안이나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사고가 열린 사람이다. 어떤 사상을 가진 사람들과도 이야기하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며, 이런 토론을 하는데 그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썼다. 그런 시간은 그에게 아주 값진 시간이었고, 그를 더 유연하게 해주기도 했다. 그가 끈기있게 일을 추진하는데에는 이런 열린 사고가 큰 몫을 했다. 다른 의견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각각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논의의 핵심을 짚어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사람이었다. 인도에서도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것 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그것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복음전파와 연합과 관련하여 현장의 사람들이 어떤 필요와 의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그들이 목적을 이루는데 어떤 문제로 작용하는지에 늘 귀기울였다. 그리고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풀어야 할 핵심을 짚어내고, 그 핵심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마련했는데, 이는 대부분 글쓰기와 대화를 통해서였다. 이런 글쓰기와 대화는 조금씩 더 다듬어져서 하나의 신학 이론으로까지 발전했는데, 이런 이론들은 현장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우리들의 책 한권: 헌신과 연합의 삶으로
“이기적인 사람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더라”
내가 이런저런 고민거리로 걱정을 할 때마다 떠올리는 한 목사님의 말씀이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려면, 내 자리를 진리에 내어 주는 방법 밖에는 없다. 내가 지금까지 고민한 바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럼 이제, 그 분께 자리를 분명히 내어 드려야 하겠다.
레슬리 뉴비긴은 예수 그리스도께 자리를 내어드리고, 복음전파, 교회(특히 교회 회중의 성장), 교회들의 연합이라는, 진리에서 흘러나온 사명을 발견했다. 이런 레슬리 뉴비긴의 삶이 내게 주는 교훈이 몇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것은 인생 전체에 걸친 헌신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더 풍성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은 그 바램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준비가 필요하다. 현장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삶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 거기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책을 탐독하며 그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고,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정책가, 교회, 기업 등의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하며 그 핵심을 풀어내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들에는 내가 바로 할 수 있는 실천, 예를 들면 4-5명의 학생을 위한 모임을 위한 전화하기, 월, 주 계획표 짜기, 복사하기, 우편보내기, 간식준비하기 등으로부터 즉시 시작해야 한다. 또한 한 가지 개념 및 주제에 대해 배운 것이 있으면 글쓰기를 통해서 쌓아놓고, 그것을 조금씩 다듬어 좀 더 온전한 하나의 생각으로 구조화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연합이다. 나와 다른 무엇인가를 가진 사람과 연합하는 것에는, 그 연합에 대한 당위 및 연합에 대한 헌신이 필요하다. 이는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함께,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기에, 그것을 상대방에게도 따르라고 한다면, 온전한 연합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진리에 대해서 열린 자세로 많은 시간 이야기하고, 특히 상대방 이야기를 주의하여 들어 그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기대하는 것만큼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알고 안심할 수 있겠다.
나를 넘어 우리나라 교회에 주는 교훈도 있다. 그가 그리도 헌신했던 연합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믿고 아는 자들은, 그것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고, 서로에게 좋은 것을 배우며, 자신들의 잘못된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또 하나는 교회의 교인들이 성경을 지속적으로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것에 교회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것은 레슬리 뉴비긴이 인도에 선교사로 있던, 국제적 기구에 있던, 다시 런던으로 돌아와서이건, 언제나 가장 우선순위로 실천했던 것이다. 성경에 비추어 각 시대, 각 사람의 상황에 맞는 길을 찾지 않으면, 우리는 그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의 장례식에서 절친한 친구 댄 비비가 남긴 추모사처럼, 그는 소망이 사라져 비틀거리는 시대에 그는, 깊어져 가는 어둠을 향해 부활의 등불을 흔들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등불이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을 밝히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