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도혜연 선생님)
병원에서 흘렸던 뜨거운 눈물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적을 꼽으라면 2003년 여름 부산 주례 보훈병원에서 보낸 날들이다. 나는 그 때 사나이가 흘리지 말아야 할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 내었던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당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 사건을 먼저 예기해야만 할 것 같다. 당시 나는 오른쪽 귀에 이명이 들리는 소위 '메니에르'라는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이 병은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겨서 균형을 못잡고 난 후에 생기는 이명 현상인데, 나는 그 병으로 인해 잠시 병원에 요양할 겸(?) 입원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 졌고 정상적인 건강을 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당시에는 병원에 입원해서 투병생활(?)을 해 보고 싶은 바램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많이 아프고 싶었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관심 받는 병원 생활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병원에서 예쁜 간호사 누나들과도 친해져 보고 편한 침대에 누워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보고 싶은 바램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사랑이 듬뿍 담긴 선물 공세를 받기도 했다(웃음). 파란 배춧입의 용돈에, 내가 좋아하는 파인애플과 황도 캔에, 수많은 음료수들, 가까이 지내던 교회 식구들과 선후배들, 친척들까지 찾아와서 위로해 줄 때에는 정말 기분이 좋았었다. 아 이런게 사랑을 받는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교회 목사님이 방문하셨을 때에는 책에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셔서 선물해 주시고 손을 잡아 주시며 기도해 주셨다. 나는 아직도 철이 없었던 그 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면서 감사하게 된다. 그러나 다시 입원하고픈 마음은 없다(웃음).
당시 병원생활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내가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게 된 동기가 당시 병원에서의 독서생활이었기 때문이다. 병원 생활 이전의 나는 정적이기 보다는 동적인 생활 패턴을 따랐었다. 그러나 병원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선물 받은 책들을 펼쳐서 자연스럽게 정독하기 시작했다. 여름날 새벽 아침에 병원 정원과 옥상의 벤치에 앉아서 고요한 환경 속에서 독서를 하면서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다양한 책을 읽었고, 한 권을 읽으면 다음 책이 너무 기대가 되었다. 그 때 읽은 책 중에는,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 중의 한 권인 토마스 아 캠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가 있었다. 그 책은 내 심령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는 캠피스의 책을 성경처럼 꼭꼭 눌러가며 정성스럽게 읽었다. 그리고 그의 글은 내 마음에 깊이 파고들었다. 캠피스의 자기 고백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내 마음에 깊이 임하기 시작했다. 특히 '가면'을 쓰고 살아온 나의 신앙생활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입원했던 것을 이야기하는 두 번째 이유도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책과 관련이 있다. 나는 당시 몸이 아픈 것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더 깊은 영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 중에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서 다른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내 자신의 현재 모습이 어떠한지를 솔직하게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이전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만들었던 나의 '모습'이 아닌 하나님께서만 아시는 나의 추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토마스의 글은 내 마음 깊이 속삭이는 듯, 하나님의 음성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맺고 있던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너무나 부러웠고, 나도 그 관계를 간절히 열망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결국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며 나의 문제를 직면하는 과정 속에서 내 고통의 중심에 계신 하나님의 위로의 손길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예수 나를 위하여",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을 부를 때에는 가사의 한 구절마다 감동하여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우스꽝 스러운 장면이지만, 그 때 나의 내면은 한 없이 정결했던 것 같다. 난 그 때를 잊지 못한다. 내가 한 없이 약했을 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의 내면을 정직하게 직면했을 때, 이전에 나의 행위가 얼마나 사람들의 안목에 신경쓰느라 얼마나 자기 보호에 급급하며 정작 그 분을 바라보지 못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은 진실하게 나를 하나님께 노출함으로서 더 깊은 관계로 들어가는 은혜의 길이었다. 문제로 절망할 때 하나님으로 인해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내면 들여다보기 = 문제를 직면하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왜 중요할까?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이 하나님 안에서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핵심이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기 '내면'에 주목하지 않고 다른 것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자기 보호의 죄"를 짓고 있다. 상처 받기 두려워 피상적인 관계만 맺을 뿐 아니라 자기의 상처를 외면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자기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볼 때에만 어려움 중에서도 하나님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더욱 친밀하고 헌신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만일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 거절과 상실을 경험하는 어려운 시간들 가운데서도 우리를 지켜주시는 주님의 부요함을 맛보고자 한다면,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아야 한다"(85p)고 말한다. 이처럼 내면을 돌아본다는 것은 하나님을 더 알아가게 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과 더 깊고 친밀한 관계(신뢰, 회개, 순종 등)를 누릴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준다. 곧 변화된 삶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내면을 들여다 본다는 행위는 자기 문제를 '직면한다'는 말과 같다. 무엇이 문제인지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직면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에게 심각한 질병이 있을까봐 병원을 찾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자신이 영원히 건강하기만 바라며 진실을 회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속한 교회에서 이런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쩌면 세상보다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에서 더 내면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낙심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것은 승리하는 그리스도인의 이미지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교회와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상처를 부인하도록 훈련받아 왔다"(124쪽)
많은 교회들이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문제를 굳이 직접적으로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자는 그 이유가 '승리하는 그리스도인'의 이미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말하면 승리하는 그리스도인은 문제가 없어야만 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는 마음이 참으로 씁쓸하다. 사실 '승리'에 대한 기독교적인 정의는 세속적인 승리와 같지 않고, 같을 수가 없다. 교회의 승리는 곧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다. 십자가의 죽음이 있었기에 부활이 있다. 산모에게 신음하는 고통이 있었기에 탄생의 기쁨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편한 과정은 배제한 채 유익해 보이는 결과만 받아 들이고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모두가 자기 보호의 죄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불편한 자기 내면, 자기 상황을 직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모습(갈급함과 어리석음) 인정하기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행위에 있지 않고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이것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는 예레미야 2장 13절을 근거로 제시한다. "내 백성이 두 가지 악을 행하였나니 곧 그들이 생수의 근원되는 나를 버린 것과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그 물을 가두지 못할 터진 웅덩들이니라" 이 말씀의 안경으로 우리 속을 들여다보면 명백히 보이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갈급함'과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생수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 안에서만 만족을 누릴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어리석어서 다른 것으로 채우지 못하는 갈급한 목을 굳이 다른 것에 의지하고 있다. 이것이 인생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인을 섬기기 전에 자기를 깊이 돌아볼 필요가 있게 된다. 내가 갈급한 존재라는 것, 하나님 없이는 어리석게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래서 하나님과 사람과의 헌신적인 관계를 통해 갈급함을 채우기 위해서 자기 보호의 죄를 버리고, 자기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리석게도 자기 보호를 위한 피상적인 관계에 만족하며 다른 욕망을 추구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보지 못하거나 회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두 가지를 인정할 때에만 고통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도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변화된 사람이 되겠다면, 우리의 목마름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주님이 목마른 자들에게 약속한 것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 내면으로부터 변화되면 주님의 약속이 실제로 우리 속에 흘러넘칠것을 확신한다"(110-111쪽)
자기 보호의 죄를 벗고 내면을 들여다 봄으로서 자기 문제에 직면함으로서 하나님을 신뢰해 가는 것이 이 책의 강조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목적이 무엇인가? 절망 중에 '소망'이 절실해지기 위함이다. 우리는 성경이 말하는 약속들에 너무 무감각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바울이 환난 중에서도 기쁨과 환희로 바라보았던 그 영광의 나라가 우리에겐 너무 비약적으로 들리진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책이다. 말씀대로 순종하면 복이 즉각적으로 내려 온다는 약속은 없다. 그러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 봄으로서 실망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담대하게 말하는 책이다.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를 누리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서는 깊은 절망과 약함이 필요하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상처를 직면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하나님의 약속이 가슴에 깊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제 도움을 요청하길...
저자는 이런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한데, 그것은 성령 하나님,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먼저 성령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실 수 있는 이유는, 그 분이 우리를 '감찰'하시기 때문이다. 시편 139:23-24에 보면,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라고 간구하고 있다. 보통 우리는 성령의 '충만', 성령의 '내주하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듣지만, '감찰하심'에 대해서는 덜 듣는다. 저자는 그 이유가 '감찰'하시는 사역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종종 불편함이 필요하다. 성령은 위로하시는 분일 뿐만 아니라 책망하시는 분이시다(요16:8). 우리 마음에 문제가 있는데 자기기만 뒤에 그 추함을 숨긴다면, 하나님이 우리 마음을 보신다는 사실(렘17:9-10)을 이해하고 적용해야 한다. 우리는 성령이 보신 것을 어떻게 우리에게 깨우쳐 주시는지를 이해해야 한다."(210쪽)
불편함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 성령께서 우리를 감찰하신다는 불편함이 우리의 삶을 더욱 정직한 헌신으로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경이 깊이 묵상해야만 한다. 성경을 정보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깊이 묵상하고 우리의 마음을 비출 때에 선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경 읽기의 목적이 중요한데, 그 목적은 "하나님과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더 알게 되어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목적"(217쪽)으로 해야한다. 우리가 진지하게 자기 내면을 돌아보고 노출하기로 결단하고 성경을 읽을 때, 성령의 조명을 통해 말씀이 역사하시도록 간구할 수 있다. 성경을 대할 때 인격적인 솔직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근원은 '하나님의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제가 중요하다. 저자는 이것을 "다른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고 또한 다른 사람의 반응을 자기방어 없이 받아들이는 것"(221쪽)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마음이 거짓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보호 방식으로 대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기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고된 일일 것이다. 더 상처받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으로 하나님과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래리 크랩의 <영적 가면을 벗어라>는 과장되고 허황되거나 선동적인 문구로 독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지 않는다. 대신에 승승장구하며 성공의 길을 걷는 이 들에게 바른 길을 걷고 있는 지를 깊이 상고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기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말하는 복음의 능력에 대한 글을 소개함으로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현실에서 복음의 능력은, 실망과 갈등의 모든 경험을 극복하는 능력에 있지 않다. 복음의 능력은 죽어 가는 사람들을 살아나게 하고, 영원한 행복에 대한 소망이 없던 사람들을 천국에서 영원히 살게 하며,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야 하는 죄인들이 의인이 되어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누리게 한다."(257쪽)
*함께 추천할만한 책
토마스 아 캠피스, 『그리스도를 본받아』 크리스찬 다이제스트.
빌 하이벨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IVP.
래리 크랩, 『격려를 통한 영적 성장』 복있는 사람.
유진 피터슨,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IVP.
스캇 펙, 『아직도 가야할 길』 열음사.